ONCE UPON A TIME

모델이자 배우, 작가 이진이의 동심. 그녀의 그때 그 시절 그 아이를 담아낸 전시 <Once upon a time_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였다>가 인사1010 갤러리에서 8월 13일까지 열린다.

photographer PARK JAEYOUNG editor JO HAERI, PARK KYUNGMI hair BAE KYUNGHWA makeup YOU HYESOO

Q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A 올해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제가 겁이 좀 많은 편이라 지금까지 정해진 틀 안에서 안주하며 살아온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하고, 보고 느끼는 데 목표를 뒀어요. 특히 여행을 많이 다녔죠. 여행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면서 부지런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SBS 단막극 <미스터리 신입생>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해 벌써 데뷔 7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A 처음부터 배우를 하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모델로 활동하며 연기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단막극 오디션이 있다고 해서 참가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운 좋게 최종까지 가서 처음 참여한 드라마가 <미스터리 신입생>입니다. 연기가 재미있고 그래서 잘하고 싶은데, 잘하려면 현장에 나가야 하고 그러려면 오디션을 봐야 하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오디션을 많이 봤어요. “백 번 떨어지고 한 번 된 거예요”라는 다른 선배들의 인터뷰를 보며 어느 순간 살짝 오기도 생긴 것 같고요. 

오디션을 보고 떨어지 상처가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땐 떻게 마음 다잡았나요?

A 처음에는 그 상처를 극복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오디션 보는 게 긴장되고 어려웠는데, 오디션을 보는 것 자체가 큰 수업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떨어져도 이 역은 내 것이 아니었나 보다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도 힘들고 답답할 때는 그림을 그렸어요. 어릴 때부터 계속 그렸는데, 더 많이 그리게 됐달까요.(웃음)

모델 일과 연기 둘 중 뭐가 더 재미있어요?

A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모델 일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촬영장에 나가면서 생각이 바뀌었는데, 제 성격상 모델 일보다 많은 사람과 단체 활동을 하는 배우 일이 더 잘 맞더라고요. 아마도 촬영장에서 좋은 분을 많이 만나 더 그렇게 느낀 것 같아요.(웃음) 모델 일을 할 때는 옷이나 촬영 기획에 맞는 이미지를 표현했다면, 연기는 작가님이 쓴 캐릭터를 제 방식대로 해석해 살아 있는 인물로 그려내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캐릭터를 그리는 이진이만의 방식이 있나요?

A 그 인물에 대해 계속 생각해요. 또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연습실에서 하는 연습뿐 아니라 일상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다면 그 느낌을 기록하려고 노력해요. 울다가 카메라를 켜서 우는 모습을 남기기도 하고, 일기도 가급적 쓰는데 그런 것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흔해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감정도 온전히 느끼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 이진이를 가장 닮은 건 캐릭터가 있다면?

A 아직 저와 닮은 캐릭터를 만난 적은 없는 거 같아요. 대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역은 <트레드스톤>의 권장미예요. 드라마에 극한의 감정 신이 있는데, 그 장면을 찍으며 정말 속이 다 뚫릴 정도로 오열했거든요. 촬영이 끝나고 기분이 정말 좋아져서 지금까지 최애 캐릭터로 남아 있어요.

새틴 슬립 드레스 WE11DONE, 튈 스커트 REPETTO, 보 슬링백 ROGER VIVIER

개인전 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그림은 제 일상 속 정말 자연스러운 부분이었어요. 팬데믹 기간에 처음으로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는데, 그중 하나를 거실에 걸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죠. 그런데 몇몇 지인이 그림을 사고 싶다고 연락을 주신 거예요. 그렇게 처음 팔린 그림을 갤러리 관계자가 보고 연락이 닿아 첫 전시를 열게 됐어요. 정말 자연스럽게 전시까지 이어졌죠.

개인전을 연 소감도 궁금해요.

A 이번 전시가 두 번째 개인전인데, 이번엔 기획부터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대부분 직접 해서 정말 내 자식을 내보내는 느낌이에요. 전시 공간이 지난번보다 크고, 그 공간을 온전히 제 그림으로 채워야 해서 총 70점을 그렸거든요.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그런지 오히려 실감이 안 나요.

총 70점, 그리는 데 얼마나 걸렸어요?

A 두 달 동안 하루도 안 쉬고 하루에 8시간에서 9시간씩 그렸어요. 물감이 마르는 동안에도 다른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쉼 없이 반복했죠.

플라워 장식 오프숄더 톱 ODDONEOUT

전시 제목을 Once upon a time_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였다로 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A 전시 제목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놓치고 살아온 어린 시절의 감정과 순간순간을 기억하자는 내용을 담고 싶은데 막상 제목이 안 떠오르는 거예요. 그런데 이번 전시 작품 중 옛날이야기 속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를 역으로 ‘진짜 행복해?’라고 되묻는 ‘공주님 케이크’시리즈가 있어요. 보통 그런 이야기는 ‘Once upon a time’으로 시작하잖아요. 그 시작이 내 전시와 잘 어울리기도 하고, 이번 전시에 그림도 많고 글도 많으니 동화책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그렇게 제목을 정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A 각자 자신의 ‘Once upon a time’을 떠올렸으면 해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누구든 동심을 품고 살지만 현실에 치여 그 마음을 꺼내기 힘든 것 같아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토닥여주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어릴 땐 어떤 아이였어요?

A 어릴 때부터 몰래 엄마 옷 꺼내 입고서 혼자 워킹하고 혼자 글 써서 드라마를 찍곤 했죠. 1인 2역으로. 그림 많이 그리는 창의적인 아이였던 것 같아요. 엄청 감정적인데 또 차분하고, 혼자 있는 걸 좀 더 좋아했죠.(웃음)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어릴 때부터 늘 그림을 그렸어요. 그러다 모델 일을 하고 연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거예요. 어떤 표현 방법이 나랑 제일 잘 맞을지 고민하다가 개인 시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컷아웃 톱 8 BY YOOX, 스트래피 미니스커트 LOEWE, 발레리나 플랫 슈즈 MAISON MARGIELA

그림 그릴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나요?

A 색감. 그리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최대한 그림을 안 그리려 해요. 그림을 볼 때 이 그림을 내 방에 두고 싶은지 그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잠들기 전에 내 옆에 있는 그림은 좀 더 따뜻하고 내 마음을 위로해줬으면 해요. 

이번 전시 출품작 중 어떤 그림 가장 마음 가나요?

A 전시 포스터에 등장하는, 클로버를 들고 있는 여자아이 그림요. 아이 뒤로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문구를 영어로 적었는데, 행운을 찾아 나선 소녀가 네잎클로버를 손에 쥐고 정말 모든 상황이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힘든 순간을 버티고 헤쳐나가는 모습을 담았죠. 그 그림을 보고 있으면 위로를 받는 느낌이에요. 사실 힘든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뭔가 대단한 다짐보다는 오히려 작은 희망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희망이 있으면 결국 힘든 순간은 지나가고 상황은 바뀌니까, 그런 메시지를 담은 그림이라 가장 마음이 가요.

앞으로 어떤 작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A 솔직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보는 이에게 행복이든 위로든 꾸밈없이 감정을 잘 전달하고 싶어요. 사실 연기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작가님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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