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미나리> 속 ‘모니카’ 역의 한예리. 오는 4월 25일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 예정인, 우아하고 청아한 그녀를 직접 만났습니다.
Y 오스카라는 빅 이벤트가 눈앞에 다가왔어요. 요즘 기분은 어떤가요?
요즘은 신기하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해요. 이 작품을 시작할 때 무슨 큰 기대를 걸고 한 게 아니라 감독님 한 사람만 보고 결정한 건데, 이렇게 이슈가 된 것 자체만으로도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 얼떨떨해요.
Y <미나리>에서 가장 마음에 닿는 장면이 있다면요?
창고가 불타는 장면요. 타오르는 불을 보고 있는데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제이콥이 그 동안 일군 모든 것이 사라지는 과정을 두 손 놓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 뜨거움과 타는 냄새, 소리 등이 현장에서 오감으로 느껴져 촬영 내내 많이 울었어요.
Y 한예리가 본 <미나리>는 어떤 영화인가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중에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영화라고 생각해요. 요즘 자극적인 영화도 많은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아요. 어떤 상황이 가족을 감정적으로 막 몰아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주위 사람들이 이들을 폄하하지도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해요.
Y <청춘시대>,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미나리> 등 필모그래피 를 보면 가족에 관한 작품에 많이 출연했는데 가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족의 형태가 요즘은 많이 다양해져서 이런 게 가족이라고 쉽게 정의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미나리>를 촬영할 때도 윤여정 선생님, 저, 감독님, 스티븐 연, 스태프분들이랑 다같이 지낸 적이 많아요. 에어비앤비에서 저녁을 같이 해 먹고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요즘은 이렇게 서로 위안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Y <미나리>에 등장하는 모니카와 비교해 현실의 김예리(한예리 본명)는 어떤 딸인가요?
무심한 딸이라고 생각해요. 집안의 대소사는 신경 쓰지만 어떤 일은 동생들이 저보다 훨씬 잘 챙겨요. 어릴 때도 뭘 사달라며 떼쓴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큰딸이라 그런지 부모님이 속상할 만한 일은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Y 속 깊은 큰딸이네요.
그런가요?(웃음)
Y 3남매 중 첫째라고 들었는데 동생들과는 자라면서 어땠나요?
저는 정말 즐거웠어요. 여동생, 남동생이 있는데 셋이 만화책을 너무 좋아해서 만화 책방에도 잘 갔어요. 예전에 제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때도 주말에는 꼭 집에 가곤 했죠. 그때마다 일주일 용돈이 500원에 불과한 남동생이 초콜릿을 하나 사서 저를 주었어요. 그럼 제가 반을 잘라 남동생에게 주고 그 반을 또 여동생과 나눠 먹고 그랬죠. 이 에피소드는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에도 나와요. 작가님이 이 이야기를 듣고 드라마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나 봐요.(웃음)
Y 오랜 시간 무용을 하다 배우가 됐는데, 그 계기는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우연히 독립 영화를 시작했는데, 그게 재미있어서 서른까지만 하다 무용을 계속할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가볍게 시작했는데 스물여덟 살 겨울에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을 만났죠. 그런데 저 자신보다 더 저를 배우로 확신하는 대표님을 보면서 ‘이 길인가?’라는 의구심을 품고 무용과 연기를 병행하면서 독립 영화만 6년 정도 찍었어요. 그러다 상업 영화를 찍고 드라마를 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Y 어떤 장르의 작품을 더 하고 싶으세요?
모든 것에 오픈되어 있어요. 특별히 뭔가 하고 싶다기보다는 ‘이제부터 이 작품은 네 거야’ 하면 막 애착이 생겨요.(웃음)
Y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나요? 동화책인데, 루리의 <긴긴 밤>을 읽고 있어요. 요즘은 가벼우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 좋더라고요.
Y 최근 TV 예능 프로에서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이건 무언가를 깊이 깨달았을 때 나오는 말 아닌가요?
어릴 때부터 무용 하나만 보며 걸어왔기 때문에 절대적 시간을 쏟으며 뜨거운 적도, 차가운 적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다른 영향으로 그게 안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으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한 영화는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만큼 하고 싶어요. 다른 외적 요인 때문에 이 일을 싫어하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만약 다른 일이 생겨서 이 일에 등을 돌리게 되면 그땐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갈 것 같아요.
Y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일과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요?
자기 전엔 알람을 맞추고,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미지근한 물을 마셔요. 그러면 하루 종일 속이 편하거든요.
Y 가까운 친구나 가족은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나요?
허술한 사람. 일할 때는 실수를 하면 안 될 것 같아 집중하는 편인데 일상에서는 9개 찍은 커피 쿠폰도 잘 잃어버리는 사람이에요.(웃음)
Y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5월부터 촬영 들어가는 드라마, 무탈하게 잘 찍었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준비한 통영국제음악제도 무사히 잘 끝났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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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윤희, 명혜원
photographer 윤지용
styling 박세준
hair 이혜영
makeup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