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TRAVELS THE WORLD

Hermès at 2022 Watches & Wonders Geneva

지난 4월 초 열렸던 2022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시선을 단박에 잡아챈 존재! 아티스트 사브리나 라테(Sabrina Ratté)의 손끝에서 탄생한 에르메스 워치의 ‘Time travels the world’ 설치물은 우리를 또 다른 환상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editor LEE HYEMIN
photos Hermès Watch

신비롭고 대담한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죠. 단 몇 걸음으로 온 세계를 누빌 수도 있고, 원하는 장소에는 언제나 떠날 수 있는 그런 꿈같은 아름다운 일탈 말이에요. 2022 워치스 앤 원더스의 에르메스 워치 부스에서 황홀한 시간을 공감각으로 표현한 아티스트 사브리나 라테에게 <Y>가 질문을 띄운 것도 이러한 까닭입니다. 일탈을 눈앞의 현실로 바꿔준 그녀와 나눈 예술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Sabrina Ratté ©Alicia Dubuis

Y <Y> 매거진 독자들을 위해 자신을 직접 소개해주세요.
Sabrina Ratté 안녕하세요, 저는 몬트리올과 마르세유를 오가며 활동하는 캐나다 아티스트 사브리나 라테입니다. 아날로그 비디오, 3D 애니메이션, 사진, 인쇄, 조각, 가상 현실, 설치와 같은 디지털 이미지의 다양한 표현에 초점을 맞춰 작업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지속적으로 통합되면서 작품 주제의 범위를 넓혀서 탐구할 수 있게 되었어요. 건축과 디지털 환경이 우리 세계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 가상 존재와의 관계, 기술과 유기적인 세상 간의 융합 등 제 작품들은 추상과 구상 사이, 풍경과 건축의 중간, 현실과 가상의 미세한 경계에 있습니다.

Y 이번 2022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에르메스를 위해 ‘Time travels the world’ 설치물을 선보였는데, 어떤 기획으로 전시를 준비하게 된 건지 궁금해요.
Sabrina Ratté 이번 프로젝트 콘셉트를 구상하면서, 기본적인 의도는 관람객이 시간을 잊을 만큼 몰입감 있는 설치물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워치스 앤 원더스의 에르메스 부스를 방문하면 마치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듯한 사색의 공간이 되게끔 하고 싶었죠. 시간과 공간을 바탕으로 한 이번 콘셉트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시간에 대한 개념, 여행, 각기 다른 시간대, 상상의 대륙 그리고 가상 현실과 물리적 현실 사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재현하기 위해 평소 제가 주로 사용하는 몇 가지 테크닉을 결합했죠. 12개의 각기 다른 영상물을 제작하고, 3D 프린터를 사용해 만든 두 개의 조각물 표면 위로 영상을 투사하는 비디오 맵핑 기술을 적용했어요. 움직이는 조각물과 함께 배경 음악이 깔린 대형 비디오도 전시했죠.

Y 에르메스의 새로운 워치 ‘아쏘 르땅 보야쥬(Arceau Le temps voyageur)’에서 영감을 받아 시노그래피를 완성했다고 들었어요. 처음 아쏘 르땅 보야쥬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이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좀 더 상세히 설명해주세요.
Sabrina Ratté 제 설치 작품은 에르메스의 새로운 시계 ‘아쏘 르땅 보야쥬’의 두 가지 특징에서 영감 받았는데, 이는 모두 평소의 제 작품과 연관이 있는 주제였죠. 먼저 에르메스가 그려낸 상상의 대륙을 표현한 아쏘 르땅 보야쥬의 ‘Planisphère d’un monde équestre(승마 세계의 지도)’ 디자인은 처음 이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부터 완전히 매료됐어요. 본 순간 이번 프로젝트의 기초가 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죠. 두 번째로, 시계는 서로 다른 시간대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시간과 편재성의 관계를 서사하고자 했어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고 시간의 개념을 공간과 연결하여 인식하는 것 또한 필요했죠.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저 스스로에게 반문했습니다. ‘시계, 위성, 인터넷과 같은 기술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그렇게 해서 설치물의 풍경을 인공위성 데이터로 작업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됐죠. 12개의 각기 다른 비디오는 각기 다른 시간대의 실제 세계에서 가져온 거예요. 이 지형도를 변형, 재해석해 익숙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가상의 세계인 비주얼을 만들어냈죠. 시계는 전체 시노그래피 디자인의 중심에 있어요. 부스 전면 중앙에 설치된 움직이는 키네틱 조각물에 두 개의 시계가 디스플레이 되어 있고, 그들은 마치 이 상상의 세계를 공전하는 위성과 같죠. 바탕에 영상으로 이루어진 움직이는 풍경은 시간성을 상징합니다.

Arceau Le temps voyageur

Y 풍경화와 건축의 요소를 모두 갖춘 이번 작품은 마치 현실과 가상 사이의 미세한 경계에 있는 듯한데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어디인가요?
Sabrina Ratté 설치물의 각 요소는 중요해요.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에르메스를 위해 창조해낸 상상의 세계로, 현실과 가상 세계 사이의 관계는 이 프로젝트가 담고 있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3D 프린터로 만든 시노그래피 조각물은 비디오 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위성 데이터를 사용해 프린트하고 오브제화 시킨 거예요. 디지털 안의 이미지를 현실에서 조각으로 실제화 하는 것이 저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작업이었죠. 거울로 둘러싸인 벽감(벽면을 우묵하게 들어가게 해서 만든 공간) 형태의 공간에 디스플레이해 성찰적 공간을 만듦으로써 조금 더 친밀한 경험을 이끌어냈습니다.

Y 시공간을 넘나드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변형된 독특한 풍경, 특히 다양한 시간대를 반영한 12 개의 인터랙티브 이미지가 매혹적이에요. 공상 과학 영화를 보며 상상을 했다고 알고 있는데, 관람객들이 ‘Time travels the world’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길 원했나요?
Sabrina Ratté 12개의 다른 시간대를 대표하는 이 영상들은 모두 부스 외부 창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어요. 마치 풍경에 시계가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관람객이 하단의 손잡이를 돌리면 영상물의 재생 속도를 높일 수 있고, 동시에 전면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시계도 같은 속도로 돌아가게 만들어졌죠. 저는 관람객이 시간의 흐름과 리듬, 방향을 모두 직접 조절해 이 디지털 시노그래피의 진정한 주체가 되길 바랐어요. 아트리움 중앙에 있는 곡면의 스크린에서도 이 12개의 풍경이 재생되며 마치 세상을 향한 창이 열리는 듯하죠.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여행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공간은 시공간 현실을 초월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로저 텔리어 크레이그(Roger Tellier-Craig)의 미묘한 사운드트랙은 사색적인 비디오에 더 몰입하게 만들죠.

 

Y 제네바에 못 간 이들을 위해 이번 전시에서 놓쳐서는 안 될 핵심 포인트를 말해주세요.
Sabrina Ratté 이번 ‘Time travels the world’ 시노그래피는 정교한 측정 도구와 지상 공간의 표현을 결합해 완성된 아쏘 르땅 보야쥬 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얽혀 있는 고대 광학 기기와 초현실적인 디지털 장치에서 영감받아 완성된 작품은 비선형 시간과 공간을 탐험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시계에 담긴 전통적인 장인 정신과 과학 기술, 시간의 예술성을 한데 보여주죠. 전통 기술과 현대적 테크놀로지를 창의적으로 결합해 작품을 완성했는데,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어요. 시공간 연결 속 다양한 가능성들을 통해 나라에서 나라로 공간을 바꾸면서 제 상상의 영역으로 관람객을 이끌고자 했죠. 가장 먼저 12개의 인터랙티브한 풍경을 발견하게 되는데, 다양한 시간대를 표현한 이 지형들은 모두 공상 과학, 기술 및 영화에서 영감받아 완성됐어요. 아트리움 안쪽으로는 거대한 파노라마가 관람객 앞에 펼쳐지죠. 그 위를 올려다보면 작은 점들로 이루어진 별자리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하늘과 땅은 마치 우주 너머에서 보는 것 같기도, 혹은 유리 조각에 비쳐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얼어붙은 듯 천천히 흘러가거나 빠르게 응축되어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과 조화를 이룹니다. 하늘과 땅 사이 자리 잡은 움직이는 모빌은 위성처럼 공전하는 움직이는 시계들에 둘러싸여 있죠.

Y 워치 메이킹에 대한 에르메스의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세계의 여러 시간대에 대한 재미있고 다채로운 해석을 보여줬죠. 단 몇 걸음으로 세계를 누빌 수 있는, 원하는 장소에 언제든 존재할 수 있는 그런 꿈같은 아름다운 일탈 말이에요. 올여름, ‘아쏘 르땅 보야쥬’를 차고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Sabrina Ratté 아쏘 르땅 보야쥬 시계는 마치 발견에 대한 찬가와 같습니다. 단 몇 걸음으로 세계를 누비며 어디든 여행하는 듯한 꿈같은 시간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그려내고, 특히나 동시에 다른 장소의 시간대를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올여름에 아마도 캐나다에 가게 될 것 같은데 아쏘 르 땅 보야쥬와 함께면 더욱 행복할 것 같아요.

Y 신비롭고 대담한 예술작품은 우리를 모험의 세계로 떠나게 하는데요. 당신에게 있어 모험의 세계는 어디인가요? 그리고 어디에서 영감을 주로 얻나요?
Sabrina Ratté 모험은 책을 펼치거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이 단순하거나 혹은 다양한 상황에서 경험할 수 있어요. 여행이 그 모험의 하나가 되는 거죠. 또한 호기심을 갖고 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것 또한 모험이라고 생각해요. 에르메스와 함께 했던 이번 프로젝트도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이었죠. 건축은 미학적, 윤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유토피아적 측면(예를 들면, Superstudio)에서 저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파리 주변의 새로운 도시의 건축물을 바탕으로 영상 시리즈를 만든 적도 있고 철학, 공상 과학, 음악, 미술, 영화에서도 깊이 영감을 받죠. 모순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나에게 보완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때 그 사이의 긴장감에 매료되어 작품의 주제로 삼기도 했어요. 저는 철학적인 질문과 현실의 모호함 사이에 관심이 많아요. 제 작업에는 종종 현실과 가상 세계 사이, 자연과 기술 사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 또는 화면 밖으로 멀어지는 것과 몰입 사이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모호함이 담겨있죠.

Y 아쏘 르땅 보야쥬 외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켈리, 케이프 코드 크레프스큘 등 에르메스 워치의 다양한 제품 중 특별히 마음이 가는 제품이 있었나요?
Sabrina Ratté 굉장히 여성스러운데다 위트까지 겸비한 새로운 켈리 시계가 좋아요. 한 가지 오브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워요.

Kelly ©Mark Kean

Cape Cod Crepuscule / Hermès H08

Arceau Pocket ©Joel Von Allmen

Y 작품을 만들 때 나만의 철학이나 모토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Sabrina Ratté ‘물리적 세계와 가상 세계 사이’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sabrina_ratte

Y 현재 파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주제로 언제까지 진행되는지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려요.
Sabrina Ratté 이미지의 광륜과 공간의 변형을 의미하는 ‘Aurae’라는 제목의 전시에 작품 11개를 출품하게 되었어요. <Aurae> 전시를 위해 최근, 그리고 과거 진행했던 작품 중 영상과 조각, 프린트, 가상 현실, 건축을 포함한 대형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까지 한데 모았죠. 작품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함께 전시되는 것이 처음입니다. 이 피스들은 ‘다양한 단위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설치했는데, 관람객은 공간 안에서 마치 배우와도 같은 상황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거대한 건축물과 풍경이 조화를 이루며 두 현실 사이의 물리적 분리에 의문을 가지게 될 테니까요. <Aurae>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빛과 물질, 자연과 기술, 건축과 풍경 사이의 미묘하지만 끊임없는 긴장감을 가진 세계를 보여줍니다. 전시는 7월 10일까지 파리의 게테 리리크(Gaîté Lyrique)에서 열립니다.

Y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전시나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 있나요? <Y>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Sabrina Ratté 2022년 4월 30일부터 5월 22일까지 광주 GMAP(Gwangju Media Art Platform) 센터 개관 기념 전시를 앞두고 있어 무척 설레요. 몰입형 설치 작품 ‘Floralia’를 여기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Source

댓글 달기